동아일보 기사의 장종표 재경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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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창녕장씨대종회 작성일 21-06-14 08:38 조회 1,071회 댓글 0건본문
4번 수술로 만신창이, 백대명산 오르자 놀라운 기적이..[양종구의 100세 건강]
( 하단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사진이 실린 동아일보 기사 원문이 나옵니다. )
2016년 9월 20일 새벽 4시 30분. 무작정 설악산으로 향했다. 남설악 탐방지원센터가 있는 들머리에 도착하자 오전 7시 40분. 아직 해가 솟지 않는 어스름 새벽이었다. 안개가 드리워진 ‘묵언수행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니 온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대지는 어스름에서 벗어나 빛의 입자들이 흠뻑 스며들며 밝아지니 아름다운 빛깔의 경연장이 됐다. 이름 모를 아름다운 산꽃들은 향기를 풍기며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몸이 힘들 무렵 새소리 물소리가 천상의 교향곡을 울려주고 살랑대는 바람이 이마의 땀방울을 씻어주었다. 청량한 공기는 내 허파를 채웠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신비했다. 내육신은 지쳐가고 있었지만 내 정신 속에는 무엇인가 뿌듯하게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어느덧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 올랐다. 평생 불가능해보였던 대청봉에 오른 것이다.
도서출판 청송재 장종표 대표(66)는 4차례의 수술로 만신창이기 된 몸을 대한민국 백대명산을 오르며 건강하게 되돌려 놨다. 군대에서 맹장이 터져 복막염 직전까지 갔고, 이어 목과 신장암, 간암 수술이 이어졌다. 맹장 수술 이후는 모두 회사에 다니거나 사업에 매진하다 몸 관리를 못해서 얻은 병이었다.
1992년 초 급성 간염이란 진단을 받았을 때부터 관리를 잘 했으면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14년 전 신장암, 그 4년 뒤 간암으로까지 이어졌다.
장 대표는 2014년 말부터 한강변 걷기 묵언수행을 시작했다. 수술로 몸을 좀 추스른 뒤 건강을 위해 한강변을 걸어 다니고 2013년부터 간간히 산도 오르고 있었는데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몸이 더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수행하는 묵언수행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나홀로 걷고 또 걸으면서 자연 속으로 다가가 자연의 품에 안기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4계절 가리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어 다녔다. 2016년 초에는 북한산 둘레길 71.8km 묵언수행에 나섰다. 21개 코스로 나뉜 북한산 둘레길을 주말과 공휴일에 도전해 8회에 걸쳐 마쳤다. 북한산 둘레길은 한강변하고 또 달랐다. 아름다운 기암괴석, 기송괴목을 만났다. 오르막 내리막을 걷다보니 훨씬 힘이 들었지만 산속을 걷다보면 자연의 일부가 된 것처럼 좋았다. 이때 얼토당토않은 일이 벌어졌다.
“2016년 6월 동생의 아내가 건강검진 차 수면 위내시경 시술을 받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한 3개월간 병원과 경찰서를 오가며 의료사고를 입증하느라 뛰어다녔더니 몸이 완전히 망가진 것 같았어요. 의료사고 입증 자료도 어느 정도 확보해서 그해 9월 설악산으로 떠난 것입니다.” 자칭 약골이었던 장 대표는 대청봉에 오르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학창시절부터 약골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체력장 때 1000m 기록이 기준보다 1분이 늦어 4점 깎일 정도였죠. 산을 천천히 오르긴 했지만 대청봉을 5시간 만에 오를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 때 ‘그래 이것이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다 오르자’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정 대표는 ‘나홀로 산행’을 택했다. 체력이 약해 친구들과 함께 가면 민폐가 된다는 생각에 혼자 산을 탔다. ‘묵언수행’은 혼자서 하는 산행이라는 의미도 있다. 혼자 가면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조용히 산행만하는 수행과 같다. 2013년부터 2016년 9월 20일 이전에 대한민국 산림청 선정 백대명산 5개를 올랐지만 그날 설악산을 오른 것부터 본격적으로 백대명산 정복에 나서기로 했다. 몸은 물론 정신 건강에 등산은 최고였다.
나홀로 산행은 혹 사고가 나면 위험할 수 있다.
“뭐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겼는데…. 죽기야 하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올랐어요. 암도 이겨냈는데 제2의 인생을 산다는 각오로 올랐죠. 제 운명을 믿은 것입니다. 강원도 백운산에 오르다 멧돼지도 만났죠. 강원도 두타산에 오를 때는 눈이 40cm가 쌓였지만 혼자 올라갔다 왔죠. 그랬더니 산을 지키던 사람이 ‘혼자 갔다 왔냐? 여긴 사냥개 유기견이 많아 위험하다. 잘못하면 잡아먹힌다’고 하기도 했죠. 하지만 어떤 동물도 기가 센 사람은 건들지 않습니다. 전 그 때 살고자 독이 올랐을 때였고 두려울 게 없었습니다.” 등산이 왜 좋았을까.
“정상에 오르면 몸은 힘들지만 정신이 해방된 느낌이 듭니다. 성취감, 정복감 등도 있죠. 산은 저를 감싸줍니다. 자연의 품속에 안기는 느낌이랄까. 어머니 품속처럼 정말 편안해요. 제가 밖에 나가면 잠을 잘 못 자는데 전날 20km를 비를 맞고 걸어서 힘들지만 다음날 산행을 1~1.5km 하고 땀이 나면 곧바로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집니다.”
100대 명산 완등 중 68번을 혼자 올랐고 나머지는 친구들과 함께 했다. 그가 백대명산을 오른다는 소문을 듣고 친구들이 함께 하지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동반 등반했다. 그는 “그래도 전 늘 제일 뒤에서 천천히 올랐습니다”고 말했다.
당초 2년 안에 백대명산을 완등하려 했지만 좀 늦어졌다. 제대로 시작한 게 2016년 9월 20일이고 완등한 게 2018년 12월 1일 이니 2개월 정도 늦어졌다.“산을 오르기 시작한 뒤 자신감을 얻으면서 유럽 알프스 3대 미봉(융프라우, 마테호른, 몽블랑)과 히말라야 산맥 안나푸르나 베이스켐프 등을 오르느라 늦어졌어요. 함께 가자는 친구들의 등살에 일정을 조율해야 했던 것도 늦어진 이유에 한 몫 했죠.”장 대표는 대한민국 백대명산을 오른 스토리를 ‘백폭 진경산수화 속 주인공이 되다’는 책으로 엮었고 최근 ‘백대명산 묵언수행’으로 개정판도 냈다.“백대명산을 백폭 산수화로 비유했는데 실질적으로 산속에 들어가면 1만, 10만 폭의 산수화가 펼쳐집니다. 대한민국 산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어떤 산이 가장 좋았을까?
“어느 산이 더 좋으냐는 질문은 산에 대한 실례입니다. 우리나라 산은 다 좋습니다. 동네 뒷산도 아름답습니다. 외면만 아니라 그 내면을 쳐다보면 무한한 아름다음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작은 산과 큰 산의 차이라면 큰 산이 좀 더 장엄할 따름입니다.” 2019년 알프스 돌로미테 트레킹을 하다 히말라야 14좌를 오른 한왕용 대장(55)을 만났고 그 때부터 함께 트레킹을 다녔다. 그해 히말라야 칼라파타르 5643m에도 함께 다녀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발병하면서는 맘 맞는 지인들 소수와 산에 오르고,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다시 나홀로 산행을 많이 하고 있다. 집(서울 잠실)에서 가까운 남한산성을 자주 오르고 북한산 등 수도권 산에도 오른다. 한강과 석촌호수 주변을 걷기도 한다. 이제 걷거나 산에 오르지 않으면 몸이 먼저 안다. 움직여 달라고.
“최근 병원에 갔는데 아직은 전혀 문제없다고 하네요. 간암이면 술 마시면 안 되는데 막걸리 한잔은 마십니다. 일종의 정상주라고 할까요. 산 정상에 오르면 그 기쁨에 한잔은 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마시지 않습니다.”
장 대표는 산을 통해 새 생명을 얻었다고 믿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평생 산행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19가 사라지면 백대명산을 다시 오르고 해외 명산도 오르겠다고 했다. 그는 “산을 오른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에게는 산이 생명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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