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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끝남을 신중히 하고 먼 조상을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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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형근 작성일 16-07-23 15:59 조회 1,49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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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들 가운데 효(孝) 분야 전문가라 평가받는 증자(曾子)는 이렇게 말했다. “삶이 끝남을 신중히 하고 먼 조상을 추모한다면 백성들의 덕이 두터워질 것이다.(愼終追遠, 民德歸厚矣.)” ‘삶이 끝남을 신중히 함(愼終)’의 의미상 주어는 ‘죽는 사람’이 아니라 ‘남아있는 사람’이다. 신종이란 죽음을 앞둔 사람의 처세가 아니라 죽은 부모를 대하는 후손들의 태도, 즉 상례(喪禮)의 엄중함을 말한다. 가족이 죽었을 때 슬퍼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의 보편적 정서이다. 그러나 유교의 신종은 유별난 데가 있다. 공자는 아버지의 상을 3년 동안 치러야 한다고 끝까지 고집했으며 그 후 삼년상은 유교의 전통이 되었다. ‘먼 조상에 대한 추모’, 즉 제례(祭禮)에 관한 내용 역시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다루지만 유교만의 특색이 두드러진다. 유교 전통에선 일반적으로 4대(代) 조상까지만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사대봉사(四代奉祀)라 한다. 영겁의 윤회를 믿는 불교나 영혼의 불멸을 믿는 기독교와 달리 유교는 죽은 사람의 의의를 살아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설정한다. 조상에 대한 정감에는 먼 것과 가까운 것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조부까지가 기억을 더듬고 추모의 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현실적 한계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백성들의 덕이 두터워질 것’이라는 그 다음 구절이다. 유교만의 독특한 측면이 있다 해도 부모의 죽음을 슬퍼하고 조상의 귀신을 추모하는 것은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이다. 그런데 유교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이러한 정서가 충만할 때 백성들의 덕, 즉 정치ㆍ사회적 질서가 바로잡힐 것이라 본 점에서 유교의 본질이 드러난다. 유교는 정치ㆍ사회적 질서의 근간을 가족 사이의 정서적 교감, 특히 죽음을 통해 확인하는 질긴 가족애에서 찾는다. 부모가 죽었을 때 뼈에 사무치게 슬퍼하듯 언젠가 자신이 죽을 때에도 자식들이 자신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통곡할 것이다. 나의 죽음은 비록 슬프지만 최소한 4대 동안 만큼은 후손들의 기억 속에 내가 남아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위로 받는다. 이러한 위안이 충만하게 된다면 사회질서 역시 원만하게 유지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사회질서는 가족애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입장은 개인의 정서와 사회적 정의는 구분해야 된다고 보았던 서구 근대의 사회철학 전통과 대립한다. ‘신종추원’은 유교가 종교라고 말하며 ‘민덕귀후이(民德歸厚矣)’는 유교가 사회철학이라 말한다. 이 구절들을 통해 유교가 종교와 사회철학이 결합된 신념체계임을 새삼 확인한다. #출전 : 『논어(論語)』 「학이(學而)」 #내용소개: 채석용(대전대학교 교양학부대학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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